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소설 冊

 

 내가 처음으로 접한 라틴 아메리카 문학작품이었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
그 작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얼마 전 공교롭게도 나는 다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접하게 된다. 멕시코 출신 라우라 에스키벨의 작품인 이 소설은 1992년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1월에서 12월까지 각 월별로 나눈 Chapter에 요리 제목을 붙인 독특한 목차부터 관심을 끌 만하였다. 실제로 각 Chapter 별로 요리에 관한 재료 및 레시피에 대한 언급도 이뤄지고 있었는데, 전반적으로는 요리를 통한 감정 표현과 비합리적 전통에 맞선 솔직 당당한 여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 엇갈린 사랑
 죽은 남편을 대신해 전통과 권위를 내세우며 집안을 이끌던 마마 엘레나. 하필 그런 그녀를 어머니로 둔 이유로 평생 결혼할 수 없던 막내딸 티타에게 어느 날 사랑이 찾아온다. (당시 멕시코에서 집안의 막내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결혼하지 않고 모셔야 하는 전통이 있었던 것 같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아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대답이 절실해요. 사랑은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느낌으로 오는 거지요. 나는 말이 없는 편이지만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입니다.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합니다. 당신은, 당신도 나를 사랑하나요? 
                                                                                                                           - P27

서로 첫눈에 반한 티타와 페드로.
하지만, 둘의 사랑은 티타의 어머니 마마 엘레나의 완고한 반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는데, 결코 티타를 포기할 수 없던 페드로는 그녀의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을 해서라도 티타곁에 머물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두 자매의 엇갈린 사랑은 시작된다.

■ 밀애
() 그리고 꺼져버린 불꽃
 언니와의 결혼을 선택한 페드로의 결정에 티타는 크게 실망했지만, 페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페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버릴 수 없게 되는데, 이런 감정은 마마 엘레나의 지시로 부엌일을 전담하던 그녀의 요리를 통해 고스란히 페드로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 요리에 담긴 드러낼 수 없던 열정을 외부로 표현한 건 티타의 큰 언니 헤르트루디스였는지 모른다. 티타의 요리에 담긴 뜨거운 열정에 매료된 헤르트루디스는 그 열정을 식히려 샤워를 하다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어느덧 페드로와 로사우라 사이에 로베르트가 태어나지만, 티타에게 그 조카는 오히려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된다. 젖을 물릴 수 없던 언니를 대신해 젖을 물리고 자신의 아이처럼 돌보는 동안 그녀는 그 조카를 자신과 페드로 사이에 태어난 사랑의 결실처럼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치 빠른 마마 엘레나는 의심스러운 두 사람의 밀애를 완전히 갈라놓을 결심을 하게 되는데, 그 결정은 바로 로사우라 부부를 멀리 떨어진 곳에 분가()시키는 것이었다. 그 후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절망감에 사로잡힌 티타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으며 집에서 쫓겨나게 되는데, 그런 티타의 꺼져버린 불꽃은 그녀 집을 드나들던 의사 존 브라운의 도움을 통해 되살아난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하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 P125

■ 진실!? 영원한 사랑?
 존 브라운의 도움으로 다시 활력을 찾은 티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당시 그녀의 집은 혁명군의 침입으로 하녀 첸차가 강간을 당하고, 마마 엘레나는 끝까지 투항하다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한 후였기 때문에, 티타가 다시 돌아오는 것에 대해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마마 엘레나는 끝까지 티타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심지어 그녀가 해주는 음식마저 먹지 않으려 했다. 얼마 뒤 그렇게 완고하던 마마 엘레나는 죽고, 그 무렵 흩어졌던 식구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분가와 동시에 죽어버린 첫째 조카 로베르트 대신 새로운 조카 에스페란사와 함께 돌아온 로사우라와 페드로, 티타의 열정이 담긴 음식을 먹은 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사창가를 떠돌다 혁명군 간부가 되어 돌아온 헤르트루디스. 더불어 절망에 사로잡힌 티타를 구원해준 소중한 존재, 존 브라운마저 한 식구가 되기 위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페드로는 엄청난 질투에 사로잡혀 티타의 순결을 뺏어 버리고 만다. 페드로와 몸을 섞은 후 티타는 죽은 마마 엘레나의 영혼이 퍼붓는 저주와 존을 배신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하는데, 그 무렵 혁명군 간부가 되어 돌아온 언니 헤르트루디스의 충고는 그녀에게 새로운 용기를 심어준다.

 진실! 진실! 티타,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진짜 진실이야.
진실은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 P198

 문득, 그녀는 조카 에스페란사를 자신처럼 엄마를 모시는 딸로 만들려는 언니 로사우라의 생각에 반기를 들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언니 로사우라와의 언쟁, 그 속에는 그동안 억눌려왔던 그녀의 원망이 서려 있었다.

 좋아, 네가 원한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너
는 부당하게 애인을 사귀었어. 너한테는 남자 친구를 사귈 자격이 없었어. 그게 누구 생각인데? 엄마야 아니면 언니야? 네가 박살 낸 우리 가족 전통에 의하면 그렇지. 그 빌어먹을 관습이 날 구속하는 이상, 그런 것쯤은 필요하다면 몇 번이고 박살낼 수 있어. 나한테도 언니처럼 결혼할 권리가 있었어. 하지만 언니에게는 깊이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없었어. 
                                                                                                                             - P222

 그 후 언니 로사우라는 평소 앓던 지병인 위염으로 죽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존과의 결혼을 택했을까? 아니면 끝까지 페드로와의 인연을 지켜나갔을까? 후반부에 결혼식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에 처음에 난 그녀가 존과의 결혼을 택했구나 생각했지만, 그 결혼은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로 어릴 때 우연히 만난 존의 아들 알렉스와 에스페란사의 결혼이었는데, 결국, 그녀는 존을 포기하고 끝까지 페드로와의 인연을 지켰던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도 요리에 깃든 감정이 사람들에게 전이되는 과정이 묘사되면서 그동안 감시의 눈길에 억눌렸던 페드로와 티타의 사랑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 등장하는데, 그 불꽃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해방의 즐거움과 동시에 페드로의 죽음이라는 슬픔으로 소설은 끝나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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