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트웨인 걸작선'이라는 표제(標題)에 걸맞게 각기 다른 소재로 그려진 총 다섯 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특정 인물에서 특정 지역과 국가, 더 나아가 인간이라는 범위로까지 넓혀진 그의 날카로운 시각. 단순히 표면적인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의 작품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지만, 그의 문학이 가진 특성인 '유머와 해학'이 어떤 형태로 그려지는지를 엿보는 것도 색다른 흥미를 주었다.
■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
정직과 청렴을 전통으로 보전(保全)하며 살아온 해들리버그 마을. 어느 날 금화가 담긴 자루를 든 나그네가 등장하며 이 마을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 나그네는 과거에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찾아 은혜에 보답하고자 금화를 준비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는 이 마을에서 자신이 입은 모욕을 복수하기 위해 나타난 사람이었다. 그가 꾸민 '욕심'이라는 인간의 치명적 약점을 공략한 복수극은 아주 완벽하게 성공한다. 마을 주민 모두가 자신이 나그네를 도운 사람이라며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공청회까지 진행되지만, 나그네는 이미 주인을 가려낼 유일한 단서였던 나그네를 도우며 했던 말이 담긴 정답 편지를 마을 주민에게 개별적으로 모두 전달한 후였기에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만다.
노부부는 자신들이 저지를 죄를 감수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죄라는 것이 남에게 발각당할 염려가 있을 때는 참으로 무서운 것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 P110
■ 100만 파운드 은행권
해들리버그 마을 이야기에 이어 이번 이야기 역시 돈에 관한 인간의 성향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두 노인의 내기에 휘말린 '헨리 애덤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두 노인이 건넨 100만 파운드 은행권을 받게 된다. 불쌍해서 건넨 가벼운 돈일 거라는 그의 예상과는 다른 내용물에 놀란 그는 노인이 실수로 잘못 건넨 것이라 생각하며 은행권을 되돌려주려 노인을 찾지만, 한 달 후에 은행권을 들고 다시 찾아오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사실 두 노인의 내기는 '이 은행권으로 거지가 한 달을 살 수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것이었는데, 바로 그가 이 실험의 대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됐던 것이다. 그는 이 100만 파운드 은행권을 통해 거지에서 백만장자로 180도 바뀐 삶을 살게 된다.이 작품에서 마크 트웨인은 그를 대하던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통해 인간의 속물근성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 캘리베러스 군의 악명높은 점핑 개구리 / 귀신 이야기
이 두 편의 작품은 딱히 줄거리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다. '캘리베러스 군의 악명높은 점핑 개구리'는 친구의 부탁으로 리오니더스 W. 스마일리 목사에 대한 정보를 찾아 나선 주인공이 한 노인으로부터 내기왕 짐 스마일리라는 엉뚱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내용이다. 여기서도 마크 트웨인의 특기는 여전히 발휘되고 있었는데, 바로 내기왕 짐 스마일리가 데리고 다닌 내기 동물의 이름에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귀신 이야기'는 탐험을 통해 찾아낸 미지의 섬에 있는 동굴에서 친구와 나누는 귀신 이야기에 대한 내용인데, 귀신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과 미지의 영역과 어둠에 대한 인간 본연의 공포를 그려내고 있었다.
■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이 작품 역시 인간이 지닌 속물근성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존 그레이에게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아 마주치기조차 싫어하던 재력가 형 데이비드가 있었다. 둘의 사이는 나빴지만, 공교롭게도 데이비드는 존의 딸 메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는데, 어느 날 존은 데이비드의 측근으로부터 그가 메리에게 모든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서를 썼다는 정보를 전해 듣게 된다. 당시 메리에게는 휴 그레고리라는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존 역시 이 휴라는 청년이 부모로부터 받을 유산이 있다는 점을 알고 두 사람의 교제를 적극 찬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존의 형 데이비드가 이 휴라는 청년을 엄청나게 싫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점이 마음에 걸린 존은 혹시라도 데이비드가 휴 때문에 메리에게 모든 유산을 상속한다고 남긴 유서의 내용을 고치게 될까 봐 메리와 휴를 억지로 떼어 놓으려 한다. 그 무렵 어디선가 등장한 낯선 청년 조지 웨인, 자신이 백작이라 밝힌 이 청년의 배경이 마음에 든 존은 메리와 그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에 몰두하는데, 그 와중에 데이비드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남은 흔적이나 다른 모든 면에서 유력한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던 휴는 살인범으로 교수형이 내려진다. 안타깝게도 휴의 교수형 처형일 날 존의 집에서 벌어진 메리와 낯선 백작 청년의 결혼식. 메리가 모든 걸 체념하고 백작 청년에게 마음을 돌리려던 그 순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너무 오래된 탓일까? 분명히 책으로 읽었고, 또 TV용 애니메이션으로도 접했는데, 왜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톰 소여의 모험」과「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대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걸까? 기회가 된다면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 두 작품을 다시 읽어 보고 싶다. 아마 그때는 몰랐던, 아니 보이지 않던 부분들도 보이겠지? 어른이 되고 세상을 알아간다는 건 참 유감스러운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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