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Book2) 소설 冊



 1권에 이어 2권을 통해서도 이 작품의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이 책에는 '작가 서문'이나 '옮긴이의 글'과 같은 '군더더기 글'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고작 책 표지에 있는 '당신의 하늘에는 달이 몇 개 떠 있습니까?'라는 상징적 문구와 마이니치, 요미우리 신문에 기재된 내용을 인용한 네 개의 추천 글 외에는 작품에 관한 어떤 언급도 찾아볼 수 없는 셈이었다.
아직 발행 초기의 신간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 어쩌면 내 눈에만 특이하게 보였을지도 모르는 이런 부분은 타인의 해석이 아닌 독자 개인의 느낌으로 이 작품을 받아들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일종의 제로섬(zero-sum)
 2권에서 전개되는 내용이 전해주는 느낌은 1권과는 완전히 달랐다. 1권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일종의 문제제기 형식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 2권은 오컬트(occult)와 존재론적 관념이 결합합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내용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런 다소 상반된 두 성격의 대립은 아오마메가 마땅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 사교(敎)집단 '선구'의 리더를 치밀한 준비 끝에 만나는 장면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그가 보여준 말과 행동은 아오마메는 물론 독자들에게까지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가 아오마메에게 들려준 균형에 관한 이야기, 그것은 일종의 제로섬 원칙과 비슷했다.

 리틀 피플이라 불리는 자가 선인지 악인지, 그건 모르겠네.
그건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의 이해나 정의를 뛰어넘는 존재야. 우리는 오랜 옛날부터 그들과 함께 살아왔어. 아직 선악 따위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무렵부터. 사람들의 의식이 아직 미명의 것이었던 시절부터.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선이건 악이건, 빛이건 그림자건, 그 힘을 행사할 때, 그곳에는 반드시 보상작용이 생겨난다는 거야. 
                                                                                             - P326

■ 리틀 피플
 2권을 읽기 전까지 난 종교집단, '선구'의 리더가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가 되고 '리틀 피플'이라는 존재가 감시의 수단이었던 '텔레스크린'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리틀 피플'이 곧 '빅 브라더'이자 '텔레스크린'이었다. 의식과 무의식, 구상()과 개념()의 중간자적인 성격을 띤 리틀 피플, 이 리틀 피플이라는 존재로부터 퍼시버(Perceiver:지각하는 자)와 리시버(Receiver:받아들이는 자)라는 개념과 마더와 도터로 불리는 일종의 주체와 분신의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이 작품의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리틀 피플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게 된 후카에리, 그 때문에 코뮌에서 종교 단체로 갑자기 성격이 바뀐 '선구', 그리고 '선구'로부터 스스로 도망쳐나온 그녀가 반(反) 리틀 피플의 관점에서 쓴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 결국, '선구'의 리더가 아오마메에게 말한 균형의 관점에서 이런 대결구도가 그려지게 된 셈이다.

■ 두 개의 달
 어느 순간부터 아오마메와 덴고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두 개의 달, 이 두 개의 달은 1984년이라는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현실 1Q84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특정 경로를 통해 접근하게 되는 1Q84의 세계.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1Q84의 세계에서 스스로 출구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 세계에는 우리가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감히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스킨헤드는 말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아오마메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 자신도 예전에는 그같은 영역을 중심에 둔 세계에서 살았으니까.
아니, 지금도 사실은 여전히 그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스스로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P184

 책을 덮으며 하루키의 '빅 브라더'가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보다는 스케일이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는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가 관념의 산물인 제도나 체제에서 시작된 것에 비해 하루키의 '빅 브라더' 는 관념 그 자체, 일종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구별될 것 같다. 지금 나는 2009년에서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2Q09년에 살고 있는 걸까? 갑자기 달을 확인해 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당신의 하늘에는 달이 몇 개 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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