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한번 즘은 반복되는 답답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대체로 이런 행동은 어떤 특별하고 뚜렷한 목적을 지향(志向)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저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설레는 일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이런 행동은 늘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라는 난관(難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 동경하게 되는 이러한 일탈(逸脫)을 어느 날 마주한 누군가로부터 시작한다면 어떨까?
■ 우연한 만남 그리고 일탈(逸脫)
자신의 선택은 조금도 반영할 수 없는 '택시기사'라는 직업에 불만이 많았던 세포 소르요넨. 그는 어느 날 정체불명의 한 노년의 신사를 택시에 태우면서 목적 없는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목적지도 없이 택시에 탄 한 노인 타베티 뤼트쾨넨, 그는 소르요넨에게 무작정 달리라고 말한다.
"어디로 모실까요?"
"어디든 상관없으니 그냥 달리시오."
이들은 출발했다. 긴 교통정체가 풀렸다. 소르요넨은 룸미러로 손님을 관찰했다.
그는 진지해 보였지만 아직 목적지를 정한 것 같지 않았다.
택시기사의 육감을 가동한 결과, 소르요넨은 노인이 약간 괴상하긴 해도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르요넨은 기다렸다.
- P11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소설의 끝 부분까지 쭉 이어진다. 얼떨결에 뤼트쾨넨의 목적 없는 여행에 동참하게 된 소르요넨은 자신의 직업마저 포기해 버린다.
■ 괴짜 노인 뤼트쾨넨
길 중앙에 서서 차를 막은 채 넥타이 매는데 열중하고 있던 괴짜 노인 뤼트쾨넨. 목적지도 없이 소르요넨의 택시에 탄 그의 여행길은 공교롭게 자신의 추억 속 여행이 되어버린다. 장갑차박물관에서는 젊은 시절의 전차병이 되고,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서는 측량위원으로 불리는 뤼트쾨넨은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였다. 그는 한 번씩 자신의 존재도 옆에 있는 소르요넨의 존재도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 옛 전우(戰友) 하이키 매키탈로
산발적인 뤼트쾨넨의 기억에 따라 핀란드 곳곳을 누비던 두 사람이 도착한 곳, 외스터보텐, 그곳은 다름 아닌 뤼트쾨넨의 옛 전우 하이키가 신(新)이주자로 40년간 거주해온 곳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마주한 하이키와 그의 아내 안나는 스스로 일구어 온 것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고 이들은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이곳을 떠날 계획을 추진 중에 있었다. 소르요넨이 하이키에게 뤼트쾨넨을 부탁하고 얼마간 자리를 비운 사이 그들은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들은 일주일에 걸쳐 외양간에 기르던 소를 풀어주고, 주변 숲에는 불을 질렀고, 다리를 폭파했다. 결국, 자신의 소유물과 관련된 정부 시책에 대한 반발에서부터 시작된 이 행위는 완벽히 성공했다.
■ 뜻 밖의 결과
어느새 뤼트쾨넨의 동반자이자 의사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 소르요넨.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이제 그에게 뤼트쾨넨은 쉽게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부재중일 때 하이키 부부와 뤼트쾨넨에 의해 행해진 극단적인 행동 때문에 이들은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지만, 오히려 해당분야 담당관으로부터 합리적인 관리라는 평을 듣게 된다.
■ 마지막 계획
하이키가 구상했던 계획의 마지막은 그가 풀어준 기르던 소 10마리를 사냥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유지 정리작업 마지막 날 전신주 위의 기르던 고양이를 데려가려다 부상을 당한다. 그래서 그는 소르요넨과 뤼트쾨넨에게 그 마지막을 계획을 위임하게 된다. 소르요넨은 호텔에서 만난 두 명의 동유럽인과 뤼트쾨넨으로 구성된 4인 사냥 단을 구성하고, 하이키의 추적장치가 달린 소를 찾아 사냥 길에 나선다.
■ 소르요넨 요양소
소 사냥 길에 나선 네 사람은 생존훈련에 참가한 12명의 프랑스 여성 채식주의자들과 마주한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남성 가이드가 보여준 속물근성에 광분한 상태였지만, 허기를 감출 수는 없었다. 채식만을 고집하며 고행(苦行)길을 추구했던 그녀들도 어쩔 수 없는 인간임을 깨닫게 된 셈이었다.
결국, 나중에는 병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사냥캠프에서 옮겨온 하이키의 치료도 병적 거식증을 앓던 채식주의자들의 치료도 모두 사냥캠프에서 다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회복되지 못 하고 조금씩 더 악화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뤼트쾨넨이었다. 소 사냥을 마친 소르요넨은 뤼트쾨넨을 원래의 거주지인 에스포로 데려가 주변 상황을 정리해준다. 답례마저 거절한 소르요넨, 이제 그에게 뤼트쾨넨은 너무나도 소중한 인생의 동료였다.
처음으로 접해본 핀란드 문학이었지만, 독특한 소재와 재미있는 내용은 참 편안했다. 이 책의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라의 작품 성향이 대체로 중년을 등장시킨 블랙코미디라고 한다. 유쾌한 에피소드 속에 담긴 힘 있는 메시지, 이를 통해 작가의 이러한 성향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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