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소설 冊



 우리는 TV나 영화를 통해 배우(俳優)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보게된다.
그들은 언제나 극(劇)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끝나면 자신의 세계로 되돌아온다. 직업이 연기(演技)인 그들에게 이런 과정은 어쩌면 그저 단순 반복되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극과 현실의 간극(間隙)이 아닌 현실에서 이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평범한 40대 가장(家長) 김기영

 수입차 영업부에서 일하는 아내와, 여중생 딸아이를 둔 그는 조그만 영화수입업체를 운영하는 CEO다.
하지만 CEO라고 해서 그가 무언가 크게 내세울 만한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가 흔히 말하는 '돈되는 영화'보다는 '작품성 있는 영화'를 주로 수입해온 탓이다. 그래도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저 평범한 마흔 두살의 가장(家長)이었다.
 
어느날 아침, 그는 이전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두통(頭痛)'이란 것을 처음 경험하게 된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두통을 달래며 출근한 그는 거래관련 메일을 정리하던 중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자신이 한적도 문의한 적이 없었던 대부업체로부터 걸려온 '메일확인요청'의 전화였다. 뒤늦게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그는 기억저편에 묻어두었던 오랜 기억을 꺼내야만 했다. 130연락소로부터 전송된 '4번명령', 두통이 시작된 그의 하루는 결국 이런 일을 암시했던 것일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삶을 살아온 장마리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자란 김기영의 아내 장마리는 늘 스스로의 선택이란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학시절 운동권 가입, 결혼, 그리고 딸 현미를 낳은 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선택들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회의적(懷疑的) 감성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아마도 그녀의 정신세계에는 이미 '권태'라는 무서운 독이 퍼져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권태에 지친 그녀의 영혼을 달래준 존재는 스무살 서울법대생 청년, 그녀의 애인 고성욱이었다. 그녀를 성욱을 사랑했다. 그런데 젊은 청년 성욱에게 그녀란 존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성욱은 끈질긴 설득끝에 마리를 사도마조히즘과 난교(交)의 대상으로까지 이용한다. 결국 참다못한 마리는 성욱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녀는 이런 과정도 스스로의 선택이라며 위안했다.


'4번명령' 그의 선택은?

 담당자의 숙청으로 15년간 두절되었던, 130연락소에서 별안간 전송된 4번 명령은 '즉시복귀'였다.
사실 기영은 열 아홉살까지 북한에서 대남공작활동을 위한 특수교육을 받고 남파된 간첩이었다. 그는 남한의 대학에 입학해 학내의 주사파(主思派)세력과 연동할 목적으로 남파된 셈이었다. 결국 그는 대학입학 및 주사파가담에 성공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당의 명령은 그저 침묵이었다. 그동안 그는 필사적으로 남한의 사람이 되려 노력했고, 지금의 모습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4번 명령을 받게된 그는 스스로 거부할 수 없는 명령임을 되뇌이며 하나씩 행동으로 옮겼다.
먼저 그는 대학시절 자신이 가장 신임했던 후배, 소지현에게 맡겨둔 자신의 가방을 돌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활동했던 동료, 천영훈과 이필을 찾아가 정황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영훈은 이미 행적(行跡)이 묘연했고, 이필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의 가상으로 미행이 자행되었지만, 나중에는 실제로 미행(尾行)이 붙었다. 그는 미행을 여러차례 따돌렸고, 결국은 돌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 가방을 받아낸다. 그의 갈등은 심각했다.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점(占)을 보기도 했다.


간첩 아빠는 안되고, 난교한 엄마는 되는가?

 아마 여권 유효기한이 만료되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그냥 가족들 모르게 북으로 가버렸을지 모른다.
그는 처음에 마리에게 도움을 구하고자 했으나, 상황이 얽혀버리는 바람에 남고자 결심한다. 마리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자, 그녀는 자신을 속인것에 격분했고, 차라리 북으로 가버리라고 한다. 그녀는 그가 귀환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할 여러가지 불편함과 공포심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가 북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그녀는 자신의 비밀에 대해서 다 말해버린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 딸아이 현미에게 부모의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로 까지 치닫는다. 하지만 기영에게는 북한에서 어린시절에 겪은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큰 아픔이 있었다. 결국 자식에게서 행복을 뺏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너무도 잘 아는 그는 모든걸 포기한다.
 그 무렵 어디선가, '사장님 여기 계셨네요?"하는 낯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랜시간 늘 그와 함께 일해왔던 기영의 회사직원, 대머리 30대 포르노 매니아 위성곤이었다. 이 소설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국정원 직원이었다. 어쩌면 그의 외모와 행동때문에 조금의 의심도 받지않고 그를 관찰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국정원팀의 설득으로 그는 추적장치가 달린 시계를 착용한채, 그들에게 협조하게 된다. 그들은 기영의 신변보호를 위해 명령의 이행장소에서 도망치려던 기영을 잡아가는 연출로 마무리 한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시작되는 그와 마리와 현미의 아침.. 그리고 눈에 띄는 못보던 그의 손목시계.

 어느날 누군가 지금껏 당신이 살아온 삶을 연기였다고 말하고, 이제부터는 현실의 삶을 살라고 한다.
배우들이 촬영이 끝나면 그 배역을 벗어 던지듯.. 당신도 쉽게 미련없이 떨쳐버릴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김기영이 된다면, 나도 저런 선택을 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인생의 절반을 각각 북한과 남한에서 보낸 그에게는 너무 힘든 선택의 귀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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